중랑천에서 만난 랑랑이 우리집에 온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10일 랑랑은 중랑천 강가에
은미씨의 한강편지 341_랄랄라 랑랑
중랑천에서 만난 랑랑이 우리집에 온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10일 랑랑은 중랑천 강가에서 낡은 캐리어 속에 앉아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있었죠.
랑랑은 샛강에서 두 달을 살았고, 이제는 형님 고양이 마루가 있는 우리집에서 두 해를 살았습니다. 마루 형님은 여전히 랑랑이 마뜩치 않아 종종 으르렁댑니다. 하지만 점점 그들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어요.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 현관에 들어서면 그들은 작은 방에서 어슬렁 함께 나오죠.
마루는 총명한 고양이지만 랑랑이 온 후 집안 구석구석 몰래 오줌을 싸놓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오줌싸개야, 소금 얻어올래? 오줌을 닦으며 마루에게 타박을 하지만 소용이 없죠. 마루에게 여전히 스트레스는 있지만 달래며 같이 살아가는 수밖에요. 마루가 마음 편하길 바라며 “사랑해”라는 말을 더 자주 속삭여줍니다. 밥을 줄 때는 형님 먼저! 하면서 꼭 마루를 먼저 챙기죠.
하나밖에 없는 아이는 스무 살이 넘어 독립해서 살아갑니다. 이제 저의 돌봄은 오롯이 마루와 랑랑에게 향하죠. 마루와 랑랑은 이제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럴까요. 소소한 것들에 자꾸만 근심하게 되죠. 랑랑이 눈곱이 자주 생겨도 걱정, 마루가 어디 숨어서 한참 안 보여도 걱정, 시끄럽게 야옹야옹 해도 어디 불편한 게 아닌가 걱정하죠. 한편 마루와 랑랑에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고 속삭이며, 저는 운동을 열심히 해요. 보호자로서 건강해야 하니까요.
# 랄랄라 엄마
이제 88세가 되신 엄마도 돌봄이 점점 더 늘어납니다. 자식으로서 저도 해야하는데, 서울에 살다 보니 엄마 돌봄은 오롯이 제주에 사는 언니들과 남동생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시도때도 없이 전화합니다. 한밤중이거나 새벽녘이거나 이른 아침이거나 엄마의 전화는 대중없이 아무 때고 걸려오죠. 한참 곤한 잠에 빠져 있다가도 핸드폰 화면에 ‘어머니’라는 글자가 뜨면 저는 핸드폰을 당겨 통화합니다. 엄마의 전화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꼭 받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피로의 무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날이면, 그게 쉽지만은 않죠. 전화를 받는 대신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죠. 그러다 집요하게 여러 번 전화가 울리면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지금 시간이 몇 시인줄 알암수과? 새벽 네 시라.”
“기가? 내가 자는 거 깨워졌구나. 걔난 지금 몇 시라고?”
아무리 새벽이라도 말해도 엄마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갑니다.
“걔난, 니네 아들 하나 이서신디, 이름이 지우인가? 김지우 맞지? 이제 멧 살?”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게 흐릅니다. 매일 부지런히 산다고 사는데, 내가 잘 살고 있나 종종 자문하게 되죠.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건 아닐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렇게 별다른 것을 이루지도 못하고 늙어가는 걸까 등등.
또 잔걱정과 마음 쓰이는 일도 늘어가는 것 같아요. 언젠가 다가올 순간인데, 치매인 엄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면 슬프겠다는 생각,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언젠가 돌아가시면 회한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도 해요. 또 마루나 랑랑이 내가 집에 없는 사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 괜히 초조해지기도 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근심하고 염려하는 마음일까요? 누군가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일, 쓸쓸하지 않도록 눈길과 손길을 내어주는 일, 곁을 지켜주는 일, 그런 것이 사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삽니다.
# 왜가리들의 사생활
“여의도 샛강의 뽕나무숲에 왜가리가 둥지를 틀자 샛강지기들은 신이 났습니다. 샛숲사와 샛강지기 단톡방에 글과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침 샛강다리 위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둥지가 있어서 샛강의 명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정지환 님 페북 글)
ⓒ정지환
요즘 샛강에서 활동하시는 샛강지기님들은 연일 왜가리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작년에 여의못 인근 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 세 마리를 키운 적이 있죠. 올해도 왜가리들이 대를 이어간다면 큰 경사이지요. 샛강지기님들은 이제 샛강센터에서 자유로이 활동하기는 어렵지만 봄이 온 샛강숲에서 즐겁게 모니터링과 봉사를 이어갑니다. 춥고 긴 겨울도 너끈히 넘기고 이제 봄을 맞았으니 그들은 더더욱 샛강에서 살아갑니다. 그들에게는 봄을 맞은 꽃과 나무들, 강물의 변화도 반갑지만 왜가리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모습이 경이감을 줍니다.
이제는 샛강시민이라는 어엿한 단체까지 만들어 활동하는 샛강지기들을 보면 감탄스럽습니다. 그들의 끈질긴 샛강 사랑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추운 겨울에도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담아 와서 호호 불며 나누어 먹으며 새들 먹이를 달아주던 그들입니다. 그들은 샛강의 생명들을 지켜보고 돌보며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을 테지요.
한강은 다가오는 세계물의날을 맞아 대대적인 하천대청소를 합니다. 올해는 한강의 각 지부와 7개의 강마을들, 그리고 수달네트워크 단체들까지 손잡고 전국 강의 곳곳에서 함께 합니다. 말끔히 청소하여 깨끗해진 강과 숲에서 왜가리는 새끼를 키우고, 물고기들은 안전하게 헤엄치고, 흰목물떼새는 알을 낳을 거예요. 수달의 똥에서는 더 이상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지 않고, 쓰레기를 걸치지 않은 버드나무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겠죠. 하천대청소에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곁에 살아가는 생명을 돌보는 사랑의 일이기도 합니다.
은미씨의 한강편지 341_랄랄라 랑랑
중랑천에서 만난 랑랑이 우리집에 온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2024년 1월 10일 랑랑은 중랑천 강가에서 낡은 캐리어 속에 앉아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있었죠.
랑랑은 샛강에서 두 달을 살았고, 이제는 형님 고양이 마루가 있는 우리집에서 두 해를 살았습니다. 마루 형님은 여전히 랑랑이 마뜩치 않아 종종 으르렁댑니다. 하지만 점점 그들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어요.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 현관에 들어서면 그들은 작은 방에서 어슬렁 함께 나오죠.
마루는 총명한 고양이지만 랑랑이 온 후 집안 구석구석 몰래 오줌을 싸놓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오줌싸개야, 소금 얻어올래? 오줌을 닦으며 마루에게 타박을 하지만 소용이 없죠. 마루에게 여전히 스트레스는 있지만 달래며 같이 살아가는 수밖에요. 마루가 마음 편하길 바라며 “사랑해”라는 말을 더 자주 속삭여줍니다. 밥을 줄 때는 형님 먼저! 하면서 꼭 마루를 먼저 챙기죠.
하나밖에 없는 아이는 스무 살이 넘어 독립해서 살아갑니다. 이제 저의 돌봄은 오롯이 마루와 랑랑에게 향하죠. 마루와 랑랑은 이제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럴까요. 소소한 것들에 자꾸만 근심하게 되죠. 랑랑이 눈곱이 자주 생겨도 걱정, 마루가 어디 숨어서 한참 안 보여도 걱정, 시끄럽게 야옹야옹 해도 어디 불편한 게 아닌가 걱정하죠. 한편 마루와 랑랑에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고 속삭이며, 저는 운동을 열심히 해요. 보호자로서 건강해야 하니까요.
# 랄랄라 엄마
이제 88세가 되신 엄마도 돌봄이 점점 더 늘어납니다. 자식으로서 저도 해야하는데, 서울에 살다 보니 엄마 돌봄은 오롯이 제주에 사는 언니들과 남동생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시도때도 없이 전화합니다. 한밤중이거나 새벽녘이거나 이른 아침이거나 엄마의 전화는 대중없이 아무 때고 걸려오죠. 한참 곤한 잠에 빠져 있다가도 핸드폰 화면에 ‘어머니’라는 글자가 뜨면 저는 핸드폰을 당겨 통화합니다. 엄마의 전화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꼭 받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피로의 무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날이면, 그게 쉽지만은 않죠. 전화를 받는 대신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죠. 그러다 집요하게 여러 번 전화가 울리면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지금 시간이 몇 시인줄 알암수과? 새벽 네 시라.”
“기가? 내가 자는 거 깨워졌구나. 걔난 지금 몇 시라고?”
아무리 새벽이라도 말해도 엄마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갑니다.
“걔난, 니네 아들 하나 이서신디, 이름이 지우인가? 김지우 맞지? 이제 멧 살?”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게 흐릅니다. 매일 부지런히 산다고 사는데, 내가 잘 살고 있나 종종 자문하게 되죠.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건 아닐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렇게 별다른 것을 이루지도 못하고 늙어가는 걸까 등등.
또 잔걱정과 마음 쓰이는 일도 늘어가는 것 같아요. 언젠가 다가올 순간인데, 치매인 엄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면 슬프겠다는 생각,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언젠가 돌아가시면 회한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도 해요. 또 마루나 랑랑이 내가 집에 없는 사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 괜히 초조해지기도 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근심하고 염려하는 마음일까요? 누군가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일, 쓸쓸하지 않도록 눈길과 손길을 내어주는 일, 곁을 지켜주는 일, 그런 것이 사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삽니다.
# 왜가리들의 사생활
“여의도 샛강의 뽕나무숲에 왜가리가 둥지를 틀자 샛강지기들은 신이 났습니다. 샛숲사와 샛강지기 단톡방에 글과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침 샛강다리 위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둥지가 있어서 샛강의 명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정지환 님 페북 글)
요즘 샛강에서 활동하시는 샛강지기님들은 연일 왜가리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작년에 여의못 인근 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 세 마리를 키운 적이 있죠. 올해도 왜가리들이 대를 이어간다면 큰 경사이지요. 샛강지기님들은 이제 샛강센터에서 자유로이 활동하기는 어렵지만 봄이 온 샛강숲에서 즐겁게 모니터링과 봉사를 이어갑니다. 춥고 긴 겨울도 너끈히 넘기고 이제 봄을 맞았으니 그들은 더더욱 샛강에서 살아갑니다. 그들에게는 봄을 맞은 꽃과 나무들, 강물의 변화도 반갑지만 왜가리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모습이 경이감을 줍니다.
이제는 샛강시민이라는 어엿한 단체까지 만들어 활동하는 샛강지기들을 보면 감탄스럽습니다. 그들의 끈질긴 샛강 사랑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요? 추운 겨울에도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담아 와서 호호 불며 나누어 먹으며 새들 먹이를 달아주던 그들입니다. 그들은 샛강의 생명들을 지켜보고 돌보며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을 테지요.
한강은 다가오는 세계물의날을 맞아 대대적인 하천대청소를 합니다. 올해는 한강의 각 지부와 7개의 강마을들, 그리고 수달네트워크 단체들까지 손잡고 전국 강의 곳곳에서 함께 합니다. 말끔히 청소하여 깨끗해진 강과 숲에서 왜가리는 새끼를 키우고, 물고기들은 안전하게 헤엄치고, 흰목물떼새는 알을 낳을 거예요. 수달의 똥에서는 더 이상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지 않고, 쓰레기를 걸치지 않은 버드나무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겠죠. 하천대청소에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곁에 살아가는 생명을 돌보는 사랑의 일이기도 합니다.
사랑으로 기쁜 봄 되시길 바라며.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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