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을 사세요! 여러분은 진짜 마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Be sustainable! You
은미씨의 한강편지 340_오키노에라부 아이들
“지속가능한 삶을 사세요! 여러분은 진짜 마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Be sustainable! You can make a real magic!)”
앞에 선 열세 살 소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또박또박 말을 이어갑니다. 옆에는 일곱 살짜리 남동생과 두 살 위 언니가 서 있습니다. 오키노에라부 섬에 사는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환경보호 활동 경험에 대하여 어른들 앞에서 발표하는 중입니다. 어른들은 서울대학교와 도시샤대학교 등 한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온 학자와 연구자들입니다.
소녀가 발표하는 동안 회의실 맨 뒤에 서서 지켜보는 남자는 그들의 아빠입니다. 헤어 드레서인 그는 고향인 이곳 오키노에라부 섬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긴 머리를 묶은 남자는 다소 젊어 보이는데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외모를 가졌습니다. 아이들 중에서 둘째 딸이 가장 아빠를 닮은 것 같더군요. 이 가족은 10년도 넘게 바다 쓰레기 줍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내의 경우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누나들을 따라다닌 게지요.
이른 아침이면 매일같이 바닷가에 나와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아이들. 이 가족은 ‘친구와 가족들의 사회 책임 (FSR, Friends & Family Social Responsibility)’라는 개념을 만들어 실천하는 너무나 특별한 가족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CSR (기업의 사회 책임)은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CSR 부서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은 영리 활동을 하며 일정 부분 사회에 빚을 지게 되므로 사회 공헌을 통하여 갚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특히 가족들이 나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발상은 놀랍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고향으로 돌아와서 뭔가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군요. 그러다가 해양쓰레기로 인해 죽고 사라져가는 생물들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야생동물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깨끗한 바다에서 놀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매일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하물며 어린 아이들이…
# 오키노에라부 사람들과 한강
어제는 우리도 모두 이 가족의 활동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바닷가로 갔어요. 해안에는 먼 발치에서 봐도 엄청난 쓰레기가 밀려와 있었습니다. 특히 크고 작은 스티로폼 덩어리들이 부서지고 닳아서 작은 것들은 줍기 힘들더군요. 소년이 핀셋을 나눠줍니다. 모래사장 곳곳에 박힌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담았는데 쉽지 않더군요. 아이 품에 안겨 있던 어린 강아지도 이 해안이 익숙한지 어슬렁대며 돌아다닙니다.
오키노에라부는 백합의 섬입니다. 오키나와 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데 특히 꽃의 섬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백합 산지로 유명했고, 섬의 곳곳에서 붉은 히비스커스를 만날 수 있죠. 그 외에도 나팔꽃, 유채꽃, 부겐베리아를 비롯하여 이름모를 꽃들이 천지에 가득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의 섬에도 해양 쓰레기는 구석구석 넘쳐나더군요. 아이들을 따라가서 쓰레기를 줍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석기
3월이 시작되고 한창 바쁜 이 때, 저는 시간이 느릿느릿 가는 것만 같은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과 함께 사회 혁신 주제의 비교 연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조합의 활동이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는 서울대 공석기 박사님의 초대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벌써 3년 정도 되었네요. 저도 참여한 영어 학술서도 올해 나올 예정이랍니다. (한강 일이 바쁜데 원고를 밀리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성실하지요? ^^)
# 한강은 혁신적인가?
워크숍에 와서 좋은 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발표에는 지난 주 있었던 ‘중랑천 시민 거버넌스 성과 공유회’ 소감도 말했습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얘기까지 곁들였죠.
현재의 서울시장이 있는 후로는 거버넌스가 잘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 그와 달리 정원오 구청장님이 있는 성동구에 와서는 좋은 거버넌스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누구 이름을 말할 때 제가 꽤 격앙되었다는 건 숨기지 않겠습니다. 서울시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서울시도 이 작은 섬 오키노에라부에서 제가 성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겠지요.)
한강조합이 충분히 혁신적인지, 우리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바꾸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 며칠 와 있는 동안에도 한강 활동가들과 수많은 한강애인들, 자원봉사자들은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놀랍습니다.
중랑천에서는 우중가 선생님들과 이영원 상무님이 매일 작업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
“2구역 탐조교 안쪽 예초. 정리, 청소, 전지 작업했습니다. 내일 마무리 예정입니다.”
“오늘 작업 내역입니다.
4구역 탐조교 밑 덩굴식물 제거 및 전지 작업
1구역 예초 및 전지 작업
1구역, 5구역 철새 모이주기
0구역 탐사”
ⓒ홍순복
진천에서는 연태희 반장님과 다른 일꾼들이 미호강 생태공원 그림을 현실화하는 일을 쉬지 않습니다. 파주에서는 모니터링과 교육을, 여주에서는 도리섬 답사를, 한강의집에서는 다가오는 하천대청소 준비로 고은 활동가가 분주하게 움직이죠. 또 샛강에서 활동하는 샛강지기님들은 겨우내 나무를 괴롭힌 마른 덩굴을 걷어내는 일을 하시더군요. 이처럼 한강조합과 한강과 함께 살아가는 강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매일매일 자연을 돌보고, 공동체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우리 사회를 좋게 바꿔 나가는 혁신이 되겠지요? 올해는 힘차게 그리고 더욱 다정하게 연대하며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본 올해 한강 슬로건은 이렇습니다.
은미씨의 한강편지 340_오키노에라부 아이들
“지속가능한 삶을 사세요! 여러분은 진짜 마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Be sustainable! You can make a real magic!)”
앞에 선 열세 살 소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또박또박 말을 이어갑니다. 옆에는 일곱 살짜리 남동생과 두 살 위 언니가 서 있습니다. 오키노에라부 섬에 사는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환경보호 활동 경험에 대하여 어른들 앞에서 발표하는 중입니다. 어른들은 서울대학교와 도시샤대학교 등 한국과 일본의 대학에서 온 학자와 연구자들입니다.
소녀가 발표하는 동안 회의실 맨 뒤에 서서 지켜보는 남자는 그들의 아빠입니다. 헤어 드레서인 그는 고향인 이곳 오키노에라부 섬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긴 머리를 묶은 남자는 다소 젊어 보이는데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외모를 가졌습니다. 아이들 중에서 둘째 딸이 가장 아빠를 닮은 것 같더군요. 이 가족은 10년도 넘게 바다 쓰레기 줍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내의 경우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누나들을 따라다닌 게지요.
이른 아침이면 매일같이 바닷가에 나와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아이들. 이 가족은 ‘친구와 가족들의 사회 책임 (FSR, Friends & Family Social Responsibility)’라는 개념을 만들어 실천하는 너무나 특별한 가족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CSR (기업의 사회 책임)은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CSR 부서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은 영리 활동을 하며 일정 부분 사회에 빚을 지게 되므로 사회 공헌을 통하여 갚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특히 가족들이 나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발상은 놀랍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고향으로 돌아와서 뭔가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군요. 그러다가 해양쓰레기로 인해 죽고 사라져가는 생물들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야생동물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깨끗한 바다에서 놀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매일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하물며 어린 아이들이…
# 오키노에라부 사람들과 한강
어제는 우리도 모두 이 가족의 활동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바닷가로 갔어요. 해안에는 먼 발치에서 봐도 엄청난 쓰레기가 밀려와 있었습니다. 특히 크고 작은 스티로폼 덩어리들이 부서지고 닳아서 작은 것들은 줍기 힘들더군요. 소년이 핀셋을 나눠줍니다. 모래사장 곳곳에 박힌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담았는데 쉽지 않더군요. 아이 품에 안겨 있던 어린 강아지도 이 해안이 익숙한지 어슬렁대며 돌아다닙니다.
오키노에라부는 백합의 섬입니다. 오키나와 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데 특히 꽃의 섬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백합 산지로 유명했고, 섬의 곳곳에서 붉은 히비스커스를 만날 수 있죠. 그 외에도 나팔꽃, 유채꽃, 부겐베리아를 비롯하여 이름모를 꽃들이 천지에 가득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의 섬에도 해양 쓰레기는 구석구석 넘쳐나더군요. 아이들을 따라가서 쓰레기를 줍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월이 시작되고 한창 바쁜 이 때, 저는 시간이 느릿느릿 가는 것만 같은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과 함께 사회 혁신 주제의 비교 연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강조합의 활동이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는 서울대 공석기 박사님의 초대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벌써 3년 정도 되었네요. 저도 참여한 영어 학술서도 올해 나올 예정이랍니다. (한강 일이 바쁜데 원고를 밀리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성실하지요? ^^)
# 한강은 혁신적인가?
워크숍에 와서 좋은 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발표에는 지난 주 있었던 ‘중랑천 시민 거버넌스 성과 공유회’ 소감도 말했습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얘기까지 곁들였죠.
현재의 서울시장이 있는 후로는 거버넌스가 잘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 그와 달리 정원오 구청장님이 있는 성동구에 와서는 좋은 거버넌스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누구 이름을 말할 때 제가 꽤 격앙되었다는 건 숨기지 않겠습니다. 서울시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서울시도 이 작은 섬 오키노에라부에서 제가 성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겠지요.)
한강조합이 충분히 혁신적인지, 우리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바꾸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 며칠 와 있는 동안에도 한강 활동가들과 수많은 한강애인들, 자원봉사자들은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놀랍습니다.
중랑천에서는 우중가 선생님들과 이영원 상무님이 매일 작업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
“2구역 탐조교 안쪽 예초. 정리, 청소, 전지 작업했습니다. 내일 마무리 예정입니다.”
“오늘 작업 내역입니다.
4구역 탐조교 밑 덩굴식물 제거 및 전지 작업
1구역 예초 및 전지 작업
1구역, 5구역 철새 모이주기
0구역 탐사”
진천에서는 연태희 반장님과 다른 일꾼들이 미호강 생태공원 그림을 현실화하는 일을 쉬지 않습니다. 파주에서는 모니터링과 교육을, 여주에서는 도리섬 답사를, 한강의집에서는 다가오는 하천대청소 준비로 고은 활동가가 분주하게 움직이죠. 또 샛강에서 활동하는 샛강지기님들은 겨우내 나무를 괴롭힌 마른 덩굴을 걷어내는 일을 하시더군요. 이처럼 한강조합과 한강과 함께 살아가는 강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매일매일 자연을 돌보고, 공동체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우리 사회를 좋게 바꿔 나가는 혁신이 되겠지요? 올해는 힘차게 그리고 더욱 다정하게 연대하며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본 올해 한강 슬로건은 이렇습니다.
달려라 한강! 춤추어라 강마을!
꽃이 피어나듯이 설렘과 기쁨이 피어나는 봄 되시길 바랍니다.
백합이 춤추는 오키노에라부에서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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